방학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다.
'평소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,
방학이기때문에 할 수 있는 것.'
그 중 하나가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에 가 보는 것. (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는 매월 두번째 목요일 11시, 첼리스트 송영훈씨의 해설과 함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콘서트이다)
방학의 잉여를 마음껏 즐겨봅세~! 하는 마음으로 예매했다.(티켓 가격도 2만원으로 무척 착하다:) 게다가 프로그램도 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어서 더 신났다. (지휘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병욱 님으로 변경됨)
방학의 잉여잉여 로망을 불태우던 나.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...
그.렇.다.
방학 숙제를 목적으로 온 듯한 수 많은 청소년&어린이 여러분들...;;
잘못된 박수 타이밍과 휘몰아치는 기침소리를 두려워하며 일단 자리에 앉았다. 예매 할 때도 거의 만석이라 '잉여인들이 많군'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...
첫 곡은
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1악장.
내가 사랑하는 피아노 협주곡 BEST 5에 들어가는 곡이다. 지금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곡이 발표 당시에는 혹평에 시달렸다니... 작곡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해 주셔서 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.
연주자들마다 곡을 해석하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서 똑 같은 곡을 들어도 연주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. 어떤 분은 한 음 한 음 꼭 꼭 눌러 따따따당~ 하고 넘어가는 부분을 어떤 분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따라라랑~ 연주한다. 그런데 한 CD를 계속 듣다보니 그 분의 연주가 내 귀에 박혀서 좀 다르게 해석된 연주를 들으면 뭔가 어색하다. 곡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봐 연주자를 섞어 들으려고 애쓰던 때가 있었는데 역시 내가 더 좋아하는 방향으로 연주하시는 분의 CD를 찾게 된다.
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에서 빠르고 강하게 휘몰아치는 듯 하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파트를 가장 좋아하는데(두근두근하며 그 부분이 나올때 까지 기다린다) 오늘 연주는 휘몰아치기는 하지만 음들이 하나 하나 선명하지 않고 뭉떵한 느낌이어서 조금 아쉬웠다.
두 번째 곡은 아아~
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 2번 2,3악장!
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제 1번의 실패와 피아노 협주곡 제 2번(청명하면서도 강렬한 피아노 음색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! 언제 들어도 정말 최고!)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이 교향곡을 작곡하며 압박을 많이 받았었단다.
전체적으로 관악기 소리가 잘 안들려서(팍! 치고 나왔으면 하는 부분에서 너무 수줍은 소리가 났다ㅠ) 아쉬웠다. 현악에 묻혀버리는 느낌. 그래도 역시 라흐마니노프님은 진리!
세 번째 곡은
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1,2악장.
사실 '브루흐'의 존재를 오늘 처음 알았다.;; 개인적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의 매력을 아직 못 찾은터라 편안한 마음으로 들었다. 근데 1,2악장만 들으니 뭔가 짤리는 느낌이라 마지막 악장까지 다 들어보고 싶다.
마지막 곡은
브람스의 교향곡 제 1번 4악장.
프로그램을 처음 봤을때 곡 순서를 참 잘 정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. 새해 첫 11시 콘서트인 만큼 희망차고 멋지게 대미를 장식해줄 곡으론 역시 4악장이 최고지.
사실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으면 '어랏, 베토벤 교향곡 같네!'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이 곡도 베토벤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21년이라는 시간 끝에 완성되었단다. (베토벤 교향곡 제 10번이라 불리기도 한다)
운명 교향곡의 주선율과 비슷한 전개로 특히 4악장에서는 운명 교향곡의 4악장처럼 환희 넘치는 웅장한 마무리가 포인트!!
이번에도 수줍은 관악 파트가 아쉬웠지만 좋은 곡은 언제 들어도 참 좋다.
교향곡 전 악장을 연주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한 부분을 연주해서인지 몰입도가 높았다.(박수 미스 없었음^^) 첼리스트 송영훈씨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과 중간중간 유머와 위트 넘치는 멘트까지! 2월 연주회에도 가고 싶어서 일정을 찾아보았다.
맙소사!!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 1악장... 꼭! 꼭 들어야해!!! 했는데...
2월 9일ㅠㅁㅠ
오오오오 쇼팽 피협!! 멘델스존 교향곡!!!! 했는데...
3월 8일ㅠㅠ
잉여 잉여의 날은 또 언제 올것인가!!